출처 :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 - 해외교육동향 기획기사
미국의 전기 중등 교육과정에서의 독서교육 실태 2016.03.30.
http://edpolicy.kedi.re.kr/EpnicGlobal/Epnic/EpnicGlobal01Viw.php?Ac_Group=4&Ac_Num0=19134
미국의 전기 중등 교육과정에서의 독서교육 실태
구체적인 미국의 독서교육 관련 정책과 현장에서의 실행 현황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미국 독서교육의 맥락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교육에서의 독서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방법이다. 전통적으로 문해력(literacy)은 한 사람의 교양과 교육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으며, 독서는 문해력을 키우는 핵심적인 교육활동이었다. 주요 고전을 읽고 중요 문구를 암기하여 적절한 상황에서 이를 말과 글로 사용하는 것은 한 사람의 지적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였다.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곧 좋은 글을 읽고 좋은 글을 쓰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이러한 미국 교육의 전통은 현대에까지 이어져 대부분의 수업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교과서에서 다루는 교과 내용과 관련된 책을 읽은 후 에세이를 쓰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내신평가는 이와 같은 독서와 책에 관한 에세이의 비중이 높으며, 대학입시에서도 이러한 풍부한 독서와 글쓰기 실력이 잘 반영되는 에세이의 비중이 표준화된 시험성적만큼 높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는 실용주의 교육방법이 대두하면서 라틴어, 문법, 고전 내용의 암기에 대한 강조보다는 응용능력, 창의력,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등이 더 강조되었다. 공립학교는 이러한 흐름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고전보다는 최근 이슈와 관련된 문학과 설명문 그리고 웹 문서에 대한 문해력이 강조된다. 문해력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강조에도 불구하고 표준화 시험을 통해 공립학교 학생의 문해력을 평가한 결과 그 성적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낙오학생방지법(NCLB)」이 추진되어 저소득층 저성취자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연방정부의 예산이 투입되었고, 이를 학교의 중요한 책무로 설정하여 관리하게 되었다. 현재 미국학교의 독서교육 문화를 형성한 이러한 배경에 터하여 다음의 본문에서 설명할 정책적인 노력과 현장의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1. 독서교육 연계 교과 관련 정책
미국의 독서교육 실천의 장은 학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 공공도서관과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지역사회의 크고 작은 독서모임에 까지 확장된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된 독서활동은 모든 학생의 문해력 발달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교육과정 정책은 「낙오학생방지법」 이후, 자율적인 문화에서 주정부의 개입이 강화되는 흐름으로 변해왔다. 정부 수준에서의 독서교육 정책 현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방정부 및 주정부 차원의 독서교육 정책으로는 첫째로 「낙오학생방지법」과 연계된‘Title I’의 재정과 ‘Reading First’ 정책이 있다. 연방정부의 재정을 지원받아 주정부가 각 교육구와 학교에 재정을 배분하여 문해력이 낮은 저소득층 학생을 중심으로 1~6명의 그룹에 한 명의 독서전문교사(Reading Specialist)를 배치하여 수업 중, 방과 후, 방학을 활용해서 읽기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개별 교과 교사의 독서지도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주단위의 각종 지원을 해주었다. 그러나 2008년의 효과성 평가 결과 몇몇 주에서는 학생의 문해 능력 향상 효과가 있었으나, 전국적으로 보았을 때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2009년 이후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또한, 「낙오학생방지법」의 도입으로 인해, 문해교육의 평가가 선다형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훈련을 하는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현장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다.
두 번째, 주정부 차원의 독서교육 정책으로는 ‘공통중핵교육과정(Common Core State Standards)’이 있다. 연방정부는 독서교육과정에 직접 지침을 제공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민간교육연구단체를 통해 독서교육을 장려하기 위한 교육표준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중핵교육과정’이 기존의 교육과정과 달리 강조하고 있는 독서교육의 중점 사항은 ‘복잡한’ 본문을 읽고 ‘사실’을 파악하여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근거로 삼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문학 중심의 읽기에서 설명문 또는 논설문 중심의 읽기로 강조점이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학생들이 대학 수준의 사회 및 과학 분야의 글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진단에 의해 나타난 것이며,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실의 파악이 강조되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문학 중심의 독서교육에 익숙한 현장 교사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세 번째, 연방과 주정부의 독서교육 정책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로는 증거기반 정책데이터베이스인 “What Works Clearing house”가 있다. 미국은 주정부와 교육구가 교육과정 결정 및 운영의 책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는 다양한 주정부 및 교육구 수준의 교육과정의 효과성을 평가한 연구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좋은 교육과정이 무엇인지에 관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2. 독서교육 연계 교과 현황
미국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주요과목 교과와 인문학 관련 교과가 모두 독서교육과 연계되어 있다. 중학교 교육과정은 주 또는 교육구마다 다르지만, 한 대표적 예로 메릴랜드 주의 경우 다음과 같은 교과를 이수해야 졸업인정을 받을 수 있다. 영어(4학점), 예술(1학점), 건강(0.5학점), 수학(4학점), 체육(1학점), 과학(3학점: 생물 1학점, 물리 1학점 필수), 기술(1학점), 기타(외국어 2학점+고급기술 2학점+선택과목 2.5학점 / 직업기술교육 4학점+선택과목 0.5학점).
공통중핵교육과정이 제시하고 있는 전기 중등수준(6~8학년)의 문해력 성취기준이 제시된 교과로는 영어(읽기/쓰기/말하기/듣기), 예술, 역사, 사회, 수학, 과학, 기술 교과가 있다. 일례로 역사/사회 과목의 문해력 관련 성취기준의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본문에 나온 증거를 정확히 인용하여 본문 또는 2차 자료를 분석한다.
- 역사/사회 연구의 맥락에서 본문에서 사용된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파악한다.
- 저자의 독특한 관점을 드러낼 수 있는 어휘, 문장구조 등을 파악한다.
- 본문에 나타난 사실, 의견, 논증을 구분한다.
- 8학년 말에는 6학년에서 8학년 사이에 배우는 복잡한 본문을 독립적으로 수월하게 읽는다.
공통중핵교육과정에서 예시로 사용한 6~8학년 대상 읽기 본문 중, 수학/과학/기술 과목의 도서목록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저자 |
도서명 |
Euclid |
Elements |
Annie J. Cannon |
Classifying the Stars |
Unterman, Nathan |
Amusement Park Physics: Thinking About Physics While Scared to Death |
Richard Preston |
The Hot Zone: The Terrifying True Story of the Origins of the Ebola Virus |
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
U.S. Depertment of Energy |
Recommended Levels of Insulation |
주요과목은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이 해당되는데 해당 교과 교사들은 과목의 주요 학습 목표를 독서와 에세이 작성 및 토론을 통해 달성하고 있다. 특히 영어, 사회 교과는 문해력 향상이 주요 교육 목표이며, 이를 위한 체계적인 독서지도계획이 주정부 수준 또는 교육구 수준에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이를 활용하여 개별 교과 교사가 학기 단위 또는 학년 단위로 교과서와 연계하여 또는 교과서와 별개로 독서 과제를 내주고 있다. 학교와 교육구마다 다르겠지만, 일례로 영어 교과 1년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기 위해서는 필수로 읽어야 할 책이30~40여 권에 이른다.
3. 교과과정에서의 독서교육 방법
미국의 독서교육은 정책 수준에서 보다는 일종의 문화 또는 관행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질적 관찰 및 조사연구를 하지 않은 이상,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독서교육 관련 문서자료를 바탕으로 개인 수준의 경험을 보고한 것들을 종합하는 수준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독서교육이 개별 교과 교사와 학교 또는 지역에 따라 다르게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성급한 일반화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며, 여러 사례를 무작위로 선별하여 독서교육의 한 단면 정도로 보고하고자 한다.
우선 교과 담당 교사가 수업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계획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지침은 주정부 또는 교육구 홈페이지에 제시되어 있다. 주정부의 방침에 따라 주 교육부에서 교과서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주 교육부의 인정을 받은 교과서 몇 개를 제시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교육과정 및 교과서를 바탕으로 자신이 한 해 동안 진행하고자 하는 수업에 필요한 과제 및 읽기 도서 목록을 작성한다. 독서목록을 작성할 때,교사는 학교의 사서교사 또는 미디어 교사의 도움을 받거나 지역 공립도서관 사서의 도움을 받아 도서목록과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추천받는다. 때로는 도서관에 아이들을 보내 해당 내용을 도서관에서 사서교사와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수업을 계획한다. 주정부에서 해당 학년별, 문해 수준별, 교과 내용별 추천도서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경우, 학년별로 영어수업을 위한 추천도서를 9권씩 선정하여 교과의 각 모듈에 맞는 추천도서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에 8학년 학생 모두가 영어수업을 위해 한 권씩 구비해 읽어야 하는 도서의 목록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저자 |
도서명 |
Thanhha Lai |
Inside Out and Back Again |
Harper Lee |
To Kill a Mockingbird |
Laura Hillenbrand |
Unbroken: A World War II Story of Survival, Resilience and Redemption |
Michael Pollan |
The Omnivore’sDilemma: The Secrets Behind What You Eat, Young Readers Edition |
William Shakespeare |
A Midsummer Night’s Dream |
Carlotta Walls Lanier, Lisa Frazier Page |
A Mighty Long Way: My Journey to Justice at Little Rock Central High School |
Shelly Tougas |
Little Rock Girl 1957: How a Photograph Changed the Fight for Integration |
대부분의 인문학 교과의 수업과 과제는 독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 작성, 발표 및 토론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과연계 독서교육’이 따로 있기보다는, 교과 자체가 독서교육의 연장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교사는 독서를 통해 이해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선다형 문제를 퀴즈 형식으로 낼 수도 있고, 교과의 특정 주제에 맞추어 읽은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데, 교과 내용 관련 도서의 선정, 독서 이후의 연계활동 등을 사서 교사와 개별 교과 교사가 상의할 수 있고, 교과 교사는 학생들이 사서 교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자료를 읽고 종합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이와 같은 수준의 수업을 대부분의 교과에서 운영하는데, 이러한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읽어야 하는 책의 양과 필요로 하는 시간이 많으므로 가정에서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이 독서습관을 기르고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는 교육을 가정에서부터 길러주어야 수업을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다.
4. 특징 및 시사점
미국 독서교육의 특징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미국 독서교육은 전통 및 문화로 자리 잡고 있으며 가정과 지역사회가 동참하고 있다. 학교의 인문학 교과 및 주요 교과에서 독서와 에세이 작성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며, 이를 지원하는 학교 사서 교사, 가정, 지역의 도서관 및 북클럽 등이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학생들이 좋은 책을 읽도록 동기부여하고 있다.
둘째, 최근 시험성적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도입되면서 문해교육의 내용이 선다형 문제를 푸는 것으로 축소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또한, 실용주의적 교육철학 및 방법론이 대두한 이후로는 실용문의 문해력, 대중문화 및 웹 기반 텍스트의 문해력 개발이 중시되고 있다.
셋째, 소득계층에 따라 독서교육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표준화된 시험 성적 중심의 교육 또는 실용교육을 강조하는 공립학교정책의 흐름 속에서 성적이 낮은 저소등층 학생들에게 독서교육보다는 시험성적 향상을 요구함에 따라 독서교육, 인문예술교육이 소홀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독서교육 강조의 정도도 다른데, 명문 사립학교들은 고전 중심의 교육과정을 아직 유지하고 있고 더욱 치밀한 독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명문 사립학교의 경우 공적 지원을 받지 않아 등록금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모의 수입에 따라 학생들이 받는 독서교육의 질이 달라지는 효과를 내고 있다. 명문 사립학교에서 철저하게 독서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명문 사립대학 또는 인문교양대학에 진학하여 빠르게 미국의 중요한 인적자원인 학자로서 성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 독서교육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독서교육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가령, 지역사회가 모두 책을 읽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마다 사서 교사를 배치하고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도서관과의 원활한 연계도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서관에 갖추어진 도서의 양도 충분해야 한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참고도서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을 인용한 주석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직접 관련 내용을 책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독서와 에세이를 활용한 평가방법의 적용 및 확대가 필요하다. 내신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문화와 교사의 채점 시간 및 역량 부족 때문에 에세이를 활용한 평가를 한국에 직접 적용하기는 쉽지 않지만, 점진적으로 독서를 활용한 논술 및 서술형 평가의 비중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 · 연방교육부 Title I 설명
http://www2.ed.gov/programs/readingfirst/index.html
· · California Department of Education Literature List
http://www3.cde.ca.gov/reclitlist/search.aspx
· · Common Core State Curriculum: Literacy
http://www.corestandards.org/ELA-Literacy/
· · NCLB정책과 문해교육
http://www.ncsl.org/research/education/literacy-no-child-left-behind.aspx
· · Reading First 정책 소개
http://www.scholastic.com/teachers/article/overview-reading-first
· · What Works Clearing House: Literacy
http://ies.ed.gov/ncee/wwc/Topic.aspx?si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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